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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이벨린의 비범한 인생,2024)

The Remarkable Life of Ibelin(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다시 쓰는 티스토리는 최근에 보았던 영화에 대한 간단한 리뷰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글을 안 쓰려다 쓰려니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최근, 트위터에서 추천을 받아 넷플릭스에서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뒤셴이라는 퇴행성 장애로 인해 점점 근육이 사라지는 마츠라는 노르웨이 청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마츠가 아닌 이벨린의 인생인가? 마츠는 신체 활동능력이 사라져가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공평하게 할 수 있는 게임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는 WOW(World of Warcraft)라는 게임의 헤비 유저였고, 그 게임 속 마츠의 닉네임이 바로 이벨린이었다. 그는 퇴행성 장애로 인해 길지 못한 삶을 살았고, 그의 부모님은 마츠가 장애 때문에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가 속해 있던 게임 길드원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 그 인식은 달라지게 된다.

 

마츠는 게임 속에서 활발하고, 사교적이고,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하며 전 세계에 있는 길드원들과 우정을 나누었다. 부모님이 보기엔 집과 방에만 있던 것 같던 마츠는 사실 적극적으로 세계의 친구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그는 게임에서 사람들에게 Remarkable한 기억을 남겼고, 그의 몸은 먼 곳에 가지 못했어도 가족들에게 뿐만 아니라 WOW를 통해 만난 전 세계에 흔적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인터넷이 생기기 전 나고 자란 부모님 세대의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은 못 믿는다, 인터넷에서 사귀는게 무슨 친구냐, 나가서 '진짜'친구를 사귀어라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요즘 MZ세대들에게 인터넷 친구와 현실 친구의 경계는 흐려졌고, 어디서 사귀었든 마음만 잘 맞는다면 그는 나의 친구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게 '트친'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게임 길드원'끼리 모여서 단합회를 가는 등, 인터넷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 가상 공간은 세상을 확장하는 도구로 존재한다. 그리고 마츠 역시 이 '세상을 확장하는 길'을 통해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만약 마츠가 인터넷이 없는 세대에 태어났다면, 부모님의 우려대로 정말 제한된 공간 안의 삶으로 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WOW의 세상에서 거인이었고, 조언가였고, Remarkable한 좋은 사람이었다. 최근 인터넷의 악영항과 관련된 뉴스 등을 보며 인간은 과정보와 정보오염으로 기술의 진보와 함께 인간성은 퇴보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며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는 과거엔 공간의 제약으로 만나지 못할 얼마나 많은 인연을 얻을 수 있게 된 걸까 다시금 느끼며, 나의 인터넷 인연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만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다큐멘터리처럼 온라인 게임으로 파티원들과 함께 교류하고, 함께 던전을 돌고 퀘스트하면서 역경을 헤쳐나갔던 경험이 없다. 그 때문에 트위터 추천사인 "게임 속에 사람들이 있잖아!" 처럼 격한 공감의 감상들과 달리 나는 그 '게임 속 우정'을 100% 공감하진 못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영화가 아니라, 내 경험의 부족이 아쉽다.